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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습니다.

대법원 2부는 오늘(9일) 오전 10시 1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안 전 검사장의 재판을 다시 하라"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앞서 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여주지청과 통영지청은 지방검찰청 소속 소규모 지청으로서 검사장이나 차장검사가 없고 지청장과 부장검사가 배치되어 있는 이른바 '부치지청'으로 불립니다. 경력검사가 여기 배치돼 수석검사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고충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인사위원회에선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에 대해 다음 인사 시 인사상 우대를 하거나 근무실적이 우수한 경우 인사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원칙이 세워져 있었는데, 안 전 국장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해 서 검사의 사직을 유도하고자 그를 부치지청에서 부치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검사장은 성추행 사실을 몰랐고, 서 검사의 인사에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에게 검사 인사에 대한 일반적인 직무권한이 없고, 검사 인사와 관련한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안 전 검사장이 성추행 사실의 확산을 막으려고 권한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또 안 전 국장에 대해 직권으로 석방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행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성립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안 전 국장을 보좌하는 인사담당 검사가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인지, 즉 '기준과 절차를 위반해 인사를 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부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인사 과정에서 여러 기준과 다양한 고려사항을 동시에 충족할 수 없을 땐 인사권자인 인사담당 검사가 재량권의 범위 안에서 어느 기준을 지킬지 판단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사가 어떤 제도에 반하게 되더라도 곧바로 직권남용죄가 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검사인사담당 검사가 검사의 전보인사안을 작성함에 있어 지켜야 할 일의적ㆍ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 제도를 다른 인사기준 내지 다양한 고려사항들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 사건 인사안이 부치지청인 여주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를 부치지청인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인사담당 검사가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인사담당 검사가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한 것을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것이라는 요건 중 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상 안 전 국장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인사 실무자가 지킬 의무가 있는 핵심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인사를 했는지 여부는 향후에도 직권남용죄 판단에서 중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진행중인 사법농단 사건에서 특정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실제로 불이익한 인사가 있었는지, 만약 그러한 인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가 상급자의 의도를 알았는지, 이를 몰랐다면 인사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우선적 기준을 위배했는지 여부를 두고 다퉈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이른바 '미투 운동'이 촉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