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규정없어…정부 ‘초등학교 괴담집’에 속수무책 _캡틴 아메리카 포키 게임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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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당한 학생이 반 친구들을 살해해 줄 것을 의뢰한다. 환각상태에 빠진 아이는 부모를 흉기로 찌르고 어머니는 자기 자식을 살해한다. 원한에 얽힌 이야기나 살인, 보복 등 끔찍하고 엽기적인 내용을 담은 괴담집이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자 정부 당국이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이달 초 각 초등학교에서 가정통신문 배포 및 캠페인 활동 등을 통해 이른바 `초등학교 괴담집'의 유통을 근절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교육부가 협조공문과 함께 배포한 괴담집 목록에는 `神 홍.콩.할.매. 뒤돌아보지마', `어둠속의 멜로디' 등 모두 18권이 열거돼 있다. 이들은 모두 정식 출판사가 아닌 개인사업자가 기획.제작한 뒤 인쇄소에서 찍어낸 불법 인쇄물로 서적이 아닌 문구류의 일종으로 분류해 학교 주변 문구점에서 팔리고 있다. 문제는 정식 출판물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상 심의 및 단속의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심의대상은 저자.발행인.발행일 등 대통령령이 정한 기록사항을 표시한 간행물이며 청소년보호법의 적용대상도 간행물 중 만화, 사진, 화보집, 소설 등 도서류만 해당한다. 일반 형법에도 음란물의 제작.유포에 대한 처벌만 규정돼 있을 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문화관광체육부, 보건복지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등 정부 부처 및 관련 기관들은 지난 7월 합동 대책회의까지 열었지만 역시 심의.단속 규정이 없다는 장벽에 막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문화관광체육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간행물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간행물로 단속할 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초등학교 괴담집'이라는 명칭도 마땅한 분류를 찾지 못해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결국 각 학교 단위에서 괴담집의 해악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배부하자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 정도로 괴담집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괴담집이 이미 10여년 이상 불법적으로 제작,판매돼 왔다는 것. 문화관광체육부 조사결과 최근들어 잔인함과 엽기적인 정도가 심해졌지만 괴담집류는 적어도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작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몇 차례 괴담집이 문제가 돼 대책회의를 연 적이 있었다"며 "그때마다 심의.단속규정이 없어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슈가 될 때만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떨고 관련법 개정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사이 괴담집은 마음놓고 동심을 좀먹고 있다. 23일 오전 부산 사하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김모(10) 군은 "친구들이 보고 있어서 함께 봤는데 너무 끔찍한 내용이었다"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괴담집 내용이 꿈에 나타나 무섭다"는 등 괴담집과 관련한 내용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수소문 끝에 한 괴담집 제작자를 만났는데 자신이 불법행위를 한다거나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며 "이런 사람들의 상술이 동심을 해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