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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에서 다시 히말라야를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1월 히말라야 촐라체(6천440m) 등반 중 사고를 당한 후배를 구한뒤 손과 발 일부를 잃은 산악인 박정헌(35)씨는 27일 히말라야 등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말 출국해 후배 최강식(25)씨와 함께 1년전 아픈 추억을 안겨준 히말라야 촐라체를 오른 뒤 1주 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고 당시 촐라체 정상에서 찍은 사진 필름이 든 배낭을 찾고 네팔에서 자신과 후배를 구해준 현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는 그토록 원했던 사진필름을 찾지는 못했지만 등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박씨는 "배낭을 버린 해발 5천300m 사고 지점은 눈사태로 말끔히 당시 흔적이 사라진 상태였다"며 "순간 이제야 촐라체가 아닌 다른 산에 갈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낭이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1년간 온통 촐라체에 집착했었는데 오히려 후련한 기분이다"며 "얼마나 힘들었으면 작은 필름을 배낭에서 빼낼 생각을 차마 못했을까"라고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에베레스트(8천848m), K2(8천611m) 등 히말라야 8천미터급 고봉을 7개나 오른 거벽 등반가인 박씨가 촐라체를 다시 등반한 것은 꼬박 1년만이다. 지난해 5월 병원에서 퇴원한 후 2주만에 생명을 구해준 노부부 집을 헬기를 타고 찾았지만 당시 등반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7일(한국시간) 새벽 4시 현지 세르파 1명과 함께 노부부 집 근처 마을을 출발해 7시간에 걸친 힘든 등반 끝에 사고 지점에 올랐다. 1년전 25m 밑 크레바스(얼음이 갈라진 틈)에 빠진 최강식씨와 연결된 자일을 놓지 않고 사흘간의 사투 끝에 함께 내려왔던 곳이다. 박씨는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 손가락이 나무처럼 얼어붙어 많이 힘들었다"며 "하산 길은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1년전 같은 길을 2박3일간 고통스럽게 내려갔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번 촐라체 산행은 후배 최강식씨가 자신을 구해준 네팔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처음 찾아뵙고 고마움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아직 야크 목장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노부부는 최씨의 손을 잡고 "생각보다 다리를 크게 다치지는 않아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박씨는 기업체 강연 등으로 모은 돈으로 매트리스를 구입한 뒤 오는 5월 파키스탄의 아스꼴리를 찾아 히말라야 산행을 돕는 현지 포터들에게 갖다줄 계획이다. 파키스탄 포터들은 외지에서 온 산악인들이 가져온 짐을 베이스캠프까지 옮겨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밤에 바위에서 잠을 잘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 안타까워서다. 박씨는 왜 산에 계속 가려하느냐는 우문(愚問)에 "대자연은 사람들에게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과 에너지, 그리고 포근함을 안겨준다"며 "산이 바로 제 삶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라고 말을 끝맺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