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5백만 원 벌수 있다”?…‘양 팀장’의 솔깃한 제안_환경 빙고_krvip

“한 달에 5백만 원 벌수 있다”?…‘양 팀장’의 솔깃한 제안_십대 때부터 돈을 벌다_krvip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냥 서 있으면 된다", "야간 근무라 페이(급여)가 더 세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고 솔깃할 이야기입니다. 특히, 친구나 가족들에게 들었다면 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혹시 사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요.

■"한 달에 5백만 원 벌 수 있어요"…'양 팀장'의 솔깃한 제안

3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11월 아버지의 지인으로부터 일자리를 하나 소개받았습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신축 공사 현장을 감시하는 일이었습니다.

A 씨가 일자리에 대해 들은 내용은 이렇습니다. '밤 9시부터 새벽 5시 정도까지 일하면, 주말에도 쉬면서 한 달에 50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신청자들이 많은데, 힘든 일이다 보니 빠지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보증금 40만 원을 내야 한다.'라고요.

보증금을 내야 한단 말에 A 씨는 처음에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보증금을 내고 그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혼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단체 대화방에 공유된 공사 현장 사진들. A 씨 제공
이후 A 씨는 한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습니다. 지인들로부터 초대된 사람들이 스무 명 넘게 있는 방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남성은 자신을 '양 팀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A 씨는 당시 '양 팀장'이 자신의 신분증과 공사 현장 사진 등을 보내와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날짜…보증금 못 돌려받은 사람 수십 명?

원래 A씨가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달받은 날짜는 지난해 12월 14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앞 작업이 길어져 당장 사람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날짜는 미뤄지기 시작했습니다. A 씨는 "양 팀장은 만약 올해(2023년)가 지나면 이 대화방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보증금을 환급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A 씨 인터뷰, 제공 사진 등으로 대화 내용 재구성
계속 미뤄지는 날짜에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일부 사람들은 보증금 환급을 요구했습니다.

A 씨는 "사람들이 환급을 요구하자, 양 팀장은 '원하는 사람은 말해달라. 환급받는 사람은 일에서 제외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빠지고 남은 이른바 '최종인원 방'. 양 팀장은 이 방에서도 그 전처럼 주변 사람들을 추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A 씨 인터뷰, 제공 사진 등으로 대화 내용 재구성
그제서야 A 씨도 '이 일이 사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변호사 상담을 받았습니다. A 씨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변호사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을 양 팀장에게 전하며 지난해 12월 28일 양 팀장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양 팀장이) 실제로 건설 쪽에서 일하는 건 맞다고 했다"며 "건설 현장에선 사람을 데려오면 일할 수 있는 그런 구조다. 그래서 일자리가 생기면 일을 소개 시켜주려고 했다고 (양 팀장이)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몇 명인지 물어봤더니, (일자리) 신청은 120명 정도 했고 환급을 아직 받지 못한 사람은 80명 정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한 사람당 보증금이 40만 원이니, 양 팀장이 돌려줘야 하는 돈은 약 3천2백만 원인 셈입니다.

■A 씨 "피해 커지는 것 막고 싶어 제보"…경찰, 수사 중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A 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양 팀장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오간다"며 "결혼 준비하는 2, 30대 청년들과 일을 하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운 5, 60대 장년층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경기 침체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데, 이런 피해가 여기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피해가 더 번지는 것을 막고 싶어 제보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양 팀장은 KBS 취재진에게 "제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다"며 모든 걸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며 "변제는 최대한 빨리 해드리려고 한다. 이번 급여가 나오는 대로 변제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피해자들의 신고로 경찰은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실제로 피해자가 더 많을 수도 있는 만큼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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