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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청와대 게시물…"그래프를 손으로 그리나요?"

어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그래프가 있습니다. 청와대가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연재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 이란 제목의 카드뉴스 PART 3 '소득편' 가운데 일부입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직접 보시고 틀린 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찾으셨습니까?


2017년 3분기의 가계소득 증가율이 2.1%인데 2.8%인 2015년 2분기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수치에 맞춰 정확하게 그래프를 다시 그려봤습니다. 2014년 4분기부터 2015년 3분기 사이가 잘못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게시물이 화제가 되자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게시물에 "청와대는 그래프를 손으로 그리나요?", "희망사항과 현실의 경계를 구별합시다" 등의 댓글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청와대는 그래프를 수정하고 "앞으로 정확한 소식 전해드리도록 더 세심하게 노력하겠습니다." 라며 사과말을 남겼습니다.

해당 게시물 링크 : https://www.facebook.com/TheBlueHouseKR/photos/a.1898953987059499.1073741828.1893228080965423/2156919274596301/?type=3&theater


그런데 틀린 게 또 있습니다. '분기별 전기대비 가계소득증가율' 이란 부제목을 달았는데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인 KOSIS를 통해 직접 자료를 구한 뒤 계산해 보니 저기 표시된 수치는 '전기 대비' 가 아니라 '전년 동기대비' 가 맞습니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계절적 특성 등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직전 분기랑 비교하는 것보다는 지난해 같은 분기랑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는 게 통계청 설명인데요. 당초 그래프엔 '전년 동기대비' 라고 글씨는 맞게 쓰여 있었는데 높낮이를 수정하면서 당황했던 탓일까요? 다시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상소득, 저소득층에선 오히려 악화

이 게시물의 페이스북 댓글 중에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의견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년 대비 3.7% 증가가 자랑할 수치는 아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라는 내용입니다. 청와대가 근거로 삼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내려받기 한 뒤 이 댓글을 검증해 보았습니다.

경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소득을 5분위로 나눈 뒤 단순 '소득'이 아니라 '경상소득'을 비교해 봤습니다. 경상소득이란 가계에서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얻는 소득입니다. 월급 같은 근로소득과 자영업자가 버는 사업소득, 은행 이자 같은 재산 소득 등을 합친 겁니다.

보험금, 연금, 퇴직금 등을 의미하는 비경상소득을 포함시키는 것은 통계에 왜곡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자동차,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에서 실직자가 늘고 있는데 이런 가계가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을 넣어 소득을 계산하면 진짜 경제 상황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1~2분위는 전년대비 경상소득 증가율이 올해 들어서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져 소득 자체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습니다. 반면 상대적 고소득층인 3~5분위는 전년대비 경상소득 증가율이 상승 추세를 보여 소득별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야권에선 정부가 최저 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바람에 오히려 저소득층이 임시직, 일용직 일자리를 잃어서 소득이 줄어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와 여당에선 정확한 분석은 추적 조사 등을 통해 1년 뒤에나 가능하며,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 속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그나마 소득 감소 폭이 줄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쳐야 할 그래프가 또 있다…수치 잘못 쓴 듯

네티즌들이 찾아낸 이상한 그래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게시한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 카드뉴스의 PART4 '고용편'에 나오는 것입니다.


연도별 상용근로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추이를 보여주는데요. 마지막 부분을 보시면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에 0.2%P가 증가했는데, 가파른 정도가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0.9%P가 증가했을 때랑 거의 비슷합니다. 제대로 그리면 지금보다 증가폭이 떨어져야 합니다.

이것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에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그래프가 잘못된 게 아니라 수치를 잘못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7년 상용근로자의 비율은 67.4%이기 때문입니다.


수치에 맞춰 그래프를 다시 그려보니 원래 모양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청와대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주요 부처의 정책을 진두 지휘하는 명실상부한 최고 행정기관입니다. 그런데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게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상용근로자 비중 늘면 일자리 질도 좋아진다?..."단편적인 인식"

또 하나, 그래프가 잘못 그려진 것과는 별개로 연도별 상용근로자 비율이 증가했다고 해서 청와대가 카드뉴스에 밝힌 대로 '일자리의 질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상용근로자는 평균적으로 임시·일용직에 비해 임금이 2.5배 가량 높기 때문에 일견 타당한 논리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경제 전문가는 "최근 취업자 증가 폭이 5달 연속 10만 명 전후에 머무르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쇼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 비율이 높아 질이 좋아진다'는 이런 홍보를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원래 고용시장은 제조업이 부진하면 서비스업이 다소 나아지고 서비스업이 부진하면 제조업이 만회하는 추세가 있었는데 최근엔 둘 다 부진하다.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분야가 공공행정이나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인데 모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분야이다" 라고 쓴 소리를 했습니다.

조영무 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이 아닌 공공 부문 중심으로 임시직,일용직 근로자가 상용 근로자로 전환이 돼서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면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 실수를 한 것인데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치를 왜곡해서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니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제 상황을 일부 수치로 너무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디지털 소통센터에서 직접 만드는 제작물로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이란 제목처럼 다양한 정보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