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한국의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 첫 보고서 내_대륙 베팅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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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가명) 씨는 자신에게 추근대던 직장상사에게 시계를 선물 받았다. 시계를 침실에 한 달 동안 두었다가 다른 방으로 옮겼더니, 상사가 "시계를 원치 않으면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상한 느낌에 이 씨는 인터넷에서 시계를 검색했다. 시계의 정체는 '어둠 속에서도 완벽한 영상을 제공'한다고 광고 중인 몰래카메라였다. 이 시계가 한 달 동안 이 씨의 침실을 촬영해 상사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것이다. 이 씨가 상사에게 따져묻자 그는 "그걸 검색하느라 밤에 잠을 안 잤던 거야?"라고 당당하게 물었다. 그녀가 방에서 인터넷 검색하는 모습까지 상사는 휴대폰으로 몰래 보고 있었다.

이후 이 씨는 1년 넘게 우울증과 불안증 약을 먹고 있다. 상사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발표한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에 실린 피해 사례입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554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설문조사, 피해자 12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정부 관료·전문가 인터뷰 등을 상세히 실었습니다.

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보고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여성 3명 중 1명이 젠더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의 젠더폭력은 이것보다도 더 만연한 수준"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인권 중심적인 보호장치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젠더 폭력을 조장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 국내 디지털 성범죄 5년새 10배로 늘어…"형량 가벼워 범죄 반복"

“가해자가 500만 원도 안되는 벌금형을 받을 건데 그래도 (기소를) 하실 건가요?”
- 한 검사가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에게 한 말 (출처: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해도 번번이 장벽에 부딪힙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거나 "외국 플랫폼이 관여된 경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경찰에서 사건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고, 검사 혹은 판사가 "가해자와 합의하고 사건을 취하하라"고 압박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보고서는 고발합니다.

처벌 또한 미미한 실정입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대법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천 849명 가운데 1천 356명(73.3%)이 1심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수사관은 "가해자를 신고해도 처벌 가능성이 낮은 데다가, 신고할 경우 경찰로부터 또 다른 인권침해를 받을 것을 아니까 디지털 성범죄 신고율이 아주 낮죠."라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디지털 성범죄는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계를 보면 2015년 3천 768건이던 디지털성범죄 관련 신고 건수는 지난해 3만 5천 603건으로 증가했습니다.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 "현행 양형·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할 위원회 설립" 권고…외신도 주목

“칼이나 흉기만 안 썼지, 한 사람의 정체성과 정신에 대한 살인이에요.”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의 증언 (출처: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

휴먼라이츠워치는 우리 정부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행 양형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수사기관의 디지털 성범죄 전문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고, 촬영물을 삭제하는 비용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언론도 이번 발표를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디지털 성범죄가 널리 퍼지면서 한국 여성의 삶의 질이 영향 받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디지털 성범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BBC는 '대단히 보수적인 한국 문화'와 초고속인터넷이 결합돼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법무부가 피해자의 고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올해 1월 선고 지침을 바꿨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느리지만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