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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환율 이야기다. 이미 금융위기 수준인데, 이래도 위기가 아니냐는 아우성이 나온다. 정부는 주요국 통화 대비 괜찮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주요국 통화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다. 실제로 이들 통화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나은 편이다.

그래서 안심할 수 있을까? 장담은 못 한다. 이 정도 되면 지속적으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요즘 눈에 띄는 것은 영국이다. 영국 파운드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이 파운드화 움직임은 강달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새로 들어선 리즈 트러스 정부의 경제 정책에 시장이 놀라서 벌어지는 일이고, 이게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화끈한 감세" 하겠다는 새 영국 총리에 파운드 환율은 되레 급등


영국 역사상 세 번째 보수당 출신의 여성 총리가 된 리즈 트러스는 경선 기간 내내 공언한 대로 지난 23일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향후 5년간 490억 달러의 감세패키지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GDP의 1.2% 수준의 감세안이며, 추가 감세안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법인세 감세가 맨 앞에 나온다.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 때 정해졌던 법인세 증세를 포기한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재정을 많이 썼으니, 쓴 만큼 채워놓으려 단행한 증세였는데 안 하기로 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도 없애기로 했다. 연 15만 파운드 이상 버는 부자들의 45% 세율 구간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우리 돈으로는 연봉 2억 2천만 원 이상 구간이다. 소득세 기본세율 구간도 낮추기로 했다. 부동산 취득세도 낮춘다. 대규모 감세 패키지다.

NYT는 런던의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를 인용해 197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세라고 평가했다.

이 정책 변동의 충격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안 그래도 다른 주요국 대비 통화가치 변동 폭이 크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주부터 급전직하 중이다.

가장 많이 내렸다는 일본 엔화가 연초 이후 25% 정도 평가 절하됐는데, 파운드화는 그 이상이다. 특히 최근 1주일간의 그래프가 누가 봐도 위태로울 만큼 많이 떨어졌다. 감세안을 발표한 23일 전후로 하락폭이 무섭다.

새 재무장관 쿼지 콰탱은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스테그네이션(침체)의 악순환을 성장의 선순환으로 바꿀 방법을 찾는다"며 감세를 고수하겠다고 했는데, 시장은 냉담히 반응했다.

■ '대처주의 표방했지만, 조건 안 맞는 레이거노믹스의 재판일 뿐'

대규모 감세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씀씀이를 줄인다는 계획은 없다. 에너지 보조금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감세안 발표와 함께 급등한 에너지 보조금 규모도 추산했다. 향후 단 6개월 동안 600억 파운드를 쓰게 된다고 했다. 감세안을 뛰어넘는 대규모 보조금 지급이다.

영국 노동당은 "숫자 없는 예산안, 가격 없는 메뉴판"이라고 했다. 영국 중앙은행(BOE) 전 부총재 존 기브는 "통화와 재정정책이 반대로 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가 정책에 엇박자가 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덜 걷는다면서 더 쓰냐? 하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영국의 국가채무는 이미 GDP 100%에 육박한다. 그런데 빚을 더 내서 경기를 부양한다니, 국제 금융시장이 맹렬히 파운드를 팔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러스 총리가 최초의 여성 총리 '대처'를 따라하며 '대처주의'를 부르짖지만, 바로 이 점에서 대처와는 노선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대처는 감세를 하긴 했지만, 국가 재정 건전성 회복을 더 강조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감세할 때 긴축과 함께 갔다. 즉, 세계적으로 보수당은 감세와 재정 긴축의 조합을 선호해왔다. 반면 트러스는 감세와 재정 확대의 조합이다. 대처와는 다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레이거노믹스'와 유사하다고 했다. 다만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사실 이코노미스트지는 보수당 경선에서 트러스가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과 경쟁할 때부터 감세 정책을 비판해왔다. 이유는 경제 구조와 상황 둘 다 있다.

■ 레이거노믹스는 강달러가 있어 가능... '트러스노믹스'는 불가능

The Economist지 [리즈 트러스의 선택적 레이거노믹스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9월 22일 기사
①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우선 레이거노믹스는 강달러가 뒷받침해 가능했다. 그러나 영국은 파운드 약세가 수년 째 지속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어려움 역시 지속되고 있다. 더이상 기축통화 반열에서 평가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한국의 원화나 영국의 파운드나 비슷한 등락폭을 기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금융정책과의 엇박자가 모두의 걱정을 사고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잠재우려고 금리를 또 0.5%p 올렸다. 그러나 정부는 빚을 더 낸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안 그래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데, 기름을 끼얹는 셈이다. 시장에선 영국 중앙은행이 다음엔 금리를 1%p 이상 인상해야할 것으로 보지만, 그래도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 때문에 수입물가발 인플레이션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

기축통화국이 아니면 다 같다. 미국은 금융 긴축으로 강달러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부양책을 쓰면서도 수입물가를 낮출 수 있다. 영국은 그럴 수 없다. 부양책을 쓰면 환율 조건 변동으로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금융 긴축 정책과 충돌할 뿐이다.

② 실제 성장 가능성에도 회의적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래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나?'하는 점이 문제다. 현 정책은 '낙수효과'에 이론적 근거를 둔 정책인데,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대표적인 시장주의 언론 '이코노미스트지'가 그렇게 본다.

사실 레이거노믹스의 성공을 두곤 의견이 분분하다. 감세와 재정 확대의 패키지가 거둔 '경제 성장' 효과인지, 아니면 강달러에 다른 요인들이 결합되어 나타난 효과인지 결론이 모호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감세의 효과보다는 당시 본격화된 여성 노동력의 시장 진입을 중요하게 꼽는다. 그러니까 감세로 투자가 늘어 생산량이 는 것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에 힘입어 노동인구가 급증한 것이 생산량을 증가시켰을 수 있단 것이다.

현재 영국 상황은 당시 미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고, 브렉시트로 공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 이렇다 할 제조업 역량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낙수효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러스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레이거노믹스의 첫 페이지만 읽었나보다'라며 냉소한다.

■ 우리 감세는 괜찮나? '감세하면서 재정 건전성 강화 가능한가'


사실 우리 정부는 빚을 더 내는 확대 재정정책은 쳐다보지 않고 있다. 감세는 하지만 재정 확대를 하지 않고 건전 재정 기조를 분명히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 추경 때도 국가 채무 수치를 낮추겠다고 했고,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도 채권을 더 갚아나가겠다고 했다. 재정 준칙의 의지도 강하다. 이점에선 걱정할 게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감세하면서 건전성 유지한단 기조가 실현 가능하냔 의문이다. 환율이 영국 충격 등의 영향으로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평가절하) 있다. 시장에선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원화 더 팔고 달러 사야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내년 경기 전망이 더 나빠지고 있다. 경기 둔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법인세, 부동산세를 비롯한 대부분의 세수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줄 수 있다. 이 경우 감세는 부메랑이 된다. 우리 정부의 감세 규모는 5년간 60조 원이 넘는다. 내년에 부동산세와 상속세 등 추가 감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경기 때문에 세수가 더 줄면,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게다가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더 심해지면 정부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국이라고 막대한 '에너지 보조금' 주고싶어 주는 것이 아니다. 보조금이 없으면 폭동이 날 만큼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급한다. 경기가 악화되면 우리라고 그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단 보장이 없다.

궁극적으로는 '감세해서 정말 경기 살릴 수 있을지'도 물어야 한다. 우리도 고령화가 진행 중이고,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영국에 비해 재정건전성도, 수출 제조업 상황도 나은 편이라지만 세계적으로 '낙수 효과' 자체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

정부 예상대로 된다면야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지금은 더 걱정해야 할 때다. 정말로 현 수준의 감세를 유지하면서 재정 건전성도 유지하고,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에 의한 성장도 할 수 있는지, 영국을 타산지석 삼아 점검해야 한다.